어저께 집에 왔는데 술취한 아저씨가 자고 있었어

작성자 : 브루핑 | 21-03-1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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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우유 배달 하는 중인데, 새벽 4시경에 끝내고 사무실겸 집에 돌아오니까 술취한 아저씨가 주방에서 자고 있더라.


첨에 엎드린 정수리 보고서 같이 일하는 형이 나 놀래키려는 줄 알고 잠깐 멈칫했음.

근데 모발도 얇고 숱도 적은 거야. 좀 이상하더라고. 그 형은 탈모 없는데.

게다가 몸에서 술냄새가 ㅈㄴ 나더라.

암튼 많이 놀라서 아저씨 흔들면서,

아저씨 뭐에요? 누구에요? 왜 여기서 자고 있어요?

하니까 힘겹게 일어나더니, 뭐라뭐라 횡설수설 하는 거야.

잘 정리해서 들어보니까, 읍내에서 진탕 술마시고 떠돌아다니다가 불 켜 있는 집 발견해서 들어와서 자고 있던 거임.

내가 또 문을 안 잠고 다녀서 열리니까 걍 들어왔던 거.

듣고 보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걸 왜 들어와서 자고 있어요? 남의 집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되는 거 몰라요?

이러니까 한기가 들어서... 못 견디겠어... 좀만 잘게... 좀만... 응???

애걸하길래, 내가 또 마음이 약해져서

걍 가세요. 안 가면 경찰 부를 거에요.

이러니까 경찰은 부르지 말아 달라고, 5시에 목욕탕 문 여니까 그때까지만 있게 해달래.

근데 그때 마침 신발 신고 있는 게 보였음. 신발도 드럽게 더러워가지고,

신발 벗으라고 여기 생활하는 공간인데 왜 신고 오냐고, 따졌더니

고분고분 신발 벗어서 밖에 내놓고 다시 와서 엎드려 자더라.

말 잘 듣길래 그닥 나쁜 사람은 아닌가 싶어서,

차도 대접하고, 온풍기도 틀어줬지. 우리집 바닥이 시멘트고 보일러 없어서 실외 온도랑 별 차이 없거든.

일단 뭐 들어오긴 한 거니까 따뜻하게 해주면서, 5시 되면 가세요? 아셨죠?

하니까 알겠대.

그래서 방에 가서 먹다 남은 밥 먹으면서 유튜브나 좀 보다가

5시 20분 쯤에 나가서 아저씨 불렀지.

5시 넘었으니까 가라고 했는데, 무조건 더 자겠다고 버티더라고. 잠이 꿀같았나봐.

그냥 자기 무시하고 자래. 근데 얼굴도 모르는 아저씨가 거실에서 자고 있는데 어케 내가 잠을 자.

그러면서 나랑 명함 교환을 하려고 하더라고.

자기가 어디 목공소? 목재? 사장인데 직원이 아래로 몇 명이고 매출이 얼마고~~ 블라블라

그래서 내가 알 바 아니니까 그냥 나가라고 했지.

그래도 버티면서 나한테 연락처를 받으려고 하길래 걍 연락처 줬어.

아 동네 사장님 맛탱이 가가지고 인사불성 된 줄 알고. 나중에 좀 사례라도 하려나 싶은 생각이었음.

그러면 잠좀 더 깨게 냅둘까 싶어서 다시 방에 들어갔지.

근데 또 들어가서 생각하니까 내 대처가 좀 호구 같기도 한 거야.

사실 내가 나고 자란 곳이 도시고, 여기 시골엔 연고도 없이 내려와서 여기 국룰을 잘 몰라서이기도 했음.

도시였음 바로 신고하는데, 여긴 시골이니까. 이럴 때 봐주는 게 맞는 건가? 아리까리 하더라고.

그렇게 6시까지 기다렸는데, 아저씨가 잠이 좀 깬 모양인지

갑자기 술주정 잠꼬대를 존x게 해대더라. 막 욕도 섞으면서 씨이발 거리고.

그 잠꼬대 들으니까 좀 꼴 받는 거야.

그래서 거실 나와서 걍 나가라고. 지금 안 나가면 경찰 부른다고 하니까 경찰 부르래.

그래서 경찰 불렀지.

사실 난 경찰 부르면서도 경찰이 오면 걍 이 아저씨 데려갈 줄 알았음.

전에 내가 야간 편돌이 한 적 있는데, 그곳이 사창가 + 술집에 있는 편의점이라

별의별 술취한 진상 손님이 많이 왔었거든.

그때 경찰 부르면 걍 와서 쫓아내길래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음.

그래서 아저씨한테, 경찰 오면 친절히 해주실 거예요.

고분고분 있다가 집에 가세요.

이러니까 잠이 좀 깼는지 신고한 거 취소하면 안 되녜.

이미 신고해서 오고 있으니까 걍 오면 같이 나가라고 했지. 집에 데려다줄 거라면서.

그러면서 잠이 좀 깬 아저씨랑 두런두런 얘기했는데,

위에서 얘기했다시피 무슨 목재 관련 사장이고, 거기서 사용하는 기계가 얼마고 매출이 얼마고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

사실 알 바 아니라서 무시하고, 차나 있냐고 했지.

차 가지고 왔대. 그래서, 그럼 대리나 불러서 가지 왜 여기 기어들어왔어요?

그러니까 그럴 생각을 못했대. 술에 너무 취해서.

내가 식당 아주머니나 동료에게 부탁하면 되지 않느냐, 또 몸을 가누기 힘들면 경찰을 부르면 되지 않느냐

그랬더니 그런 걸 자기가 잘 못한다는 거야.

잘 못한다고 하지 말고 앞으론 그렇게 하세요.

지금 이게 뭐냐고 아저씨 때문에 못 자고 있다고.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사과하더라고.

사과하는데 씻팔, 사과하면서 이빨에 낀 음식물 손가락으로 빼가지고 식탁 위의 쟁반에 올려놓는 거.

갑자기 ㅈ같아서, 그거 가지고 좀 갈궜지. 남의 집에서 뭐하는 거냐면서,

당장 치우라고 했더니, 취해서 잘 치우지도 못해.

아아 걍 하지 마요. 경찰 오면 경찰이랑 같이 가기나 하세요.

이러고 있으니까 경찰이 오더라.

와서 신원 조사랑 사정 청취랑 이것저것 하더니, 머리 희신 분이 날 따로 부르더라고.

불러서 갔더니 조서 쓰라고 하더라.

잉? 나 편의점할 땐 조서 같은 거 안 썼는데.

일단 쓰라니까 쓰고, 지장도 찍고 했지. 그 사이에 술 취한 아저씨는 연행되고 있었음.

조서를 다 쓰고 나니까, 경찰관분이 저 아저씨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거라고 알려줬음.

잉? 살짝 얼탔는데, 티는 안 내고 알겠다고 했어.

난 걍 데려가서 재워주다 풀어줄 줄 알았는데 ㅋㅋ

필요에 따라서 나한테 출석 요구를 할 수 있다고도 말하더라고.

재밌을 거 같아서 알겠다고 했음.

근데 난 사실 별로 처벌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고, 걍 쫓아내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근데 또 처벌 안 한다고 하는 것도 분위기상 그렇고, 왠지 또 그러면 호구 같기도 해서 ㅎㅎ

( 나중에 네이버 쳐보니까, 주거침입죄는 뭐 합의 같은 거 없이 처벌된다 그런 말도 있는 거 같던데 잘 모르겠음. )

그리고 아저씨가 연행되기 전, 그러니까 6시 25분쯤에 전화통화하는 걸 들었는데,

직원이랑 통화하는 거였나봐.

서로 x발 개섀끼 십새끼 하는 소리 들어보니까,

아저씨가 사장은 맞는 거 같은데,

쫄딱 망한 사장님이었어.

임금 체불건 때문에 서로 쌍욕 박으며 싸우더라고.

직원은 체불됐고, 사장은 지급할 돈이 없고.

어저께도 술 이렇게 먹다가 119에서 출동해서 데려갔다고 나한테 그랬는데.

아마 대리운전 안 부른 것도 돈이 없어서 못 부른 게 아닐까 해.

요즘 코로나다 보니까, ( 뭐 코로나 때문이 아닐 수도 있지만 )

그렇게 가게가 망했나 봐.

그래서 그렇게 고주망태가 돼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아.

그런 상황에 주거침입죄로 벌금까지 내게 된 거지.

좀 불쌍하긴 한데.

애초에 자기 몸 간수 잘 했으면 이런 일도 없잖아.

심지어 내가 5시 20분에 목욕탕까지 태워줄 테니까 타라고까지 했거든.

몇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도 억지 부린 거라 동정은 별루 안 가더라.

참 별 꼴을 다 본다.

아직도 탈모끼 있는 정수리가 아른거리는 거 같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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